부일숯불갈비에서 1차를 마치고 나왔을 때, 배는 꽤 찼지만 발길이 멈추지 않았다. 친구 중 한 명이 "근처에 냉면집 있는데"라고 꺼낸 한마디가 2차를 만들었다.

간판에 "1967년 창업"이 박혀 있다. 2026년 기준으로 59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 인증도 받은 집이다. MBC 놀면뭐하니에도 소개된 적 있는 집이라, 이름은 들어봤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창업자는 함경도 홍남 출신 이태로 씨. 고향에서 먹던 냉면 맛을 그대로 가져왔고, 지금은 2대째 대를 이어 운영 중이다. 32년 근속 주방장을 포함해 10년 이상 된 조리사들이 지금도 그대로 일하고 있다는 것도 이 가게를 설명하는 한 줄이다.
◈ 함흥냉면
위치 :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42길 6
영업시간 : 매일 11:00~21:40 / 라스트오더 20:50
휴무 : 연중무휴
교통 : 영등포역 5번 출구 도보 약 5분 / 영등포 타임스퀘어 동쪽 건너편 먹자골목 내
전화 : 02-2678-2722
주차 : 가능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
들어서면 먼저 오는 것들 — 황동 주전자와 1967 컵

넓다. 테이블도 많고, 손님도 꽤 있었다. 벽엔 사진과 액자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고, 가게 안쪽 선반엔 뭔가 쌓여 있다. 나중에 가서 보니 연예인 사인이었다.

메뉴판은 벽에 액자 형태로 걸려 있다. 회냉면, 비빔냉면, 물냉면이 메인. 만두, 회무침, 수육도 있다.
식사로 김치만두국, 사골떡국 등도 파는 듯?
| 메뉴 | 가격 | 특징 |
|---|---|---|
| 회냉면 | 14,000원 | 간재미(가오리) 선어 회 올라감 — 이 집 시그니처 |
| 비빔냉면(고기) | 14,000원 | 고기가 올라간 비빔 양념 |
| 물냉면 | 14,000원 | |
| 만두 | 11,000원 | 고기,김치 반반 주문도 가능 |
| 수육 | 28,000원 | 나중에 술안주로.. 먹어보기로? |
가격 정보는 방문 당시 기준 / 변동 가능

자리에 앉으면 황동 주전자가 먼저 놓인다. 사골에 마늘, 야채와 양념을 넣고 24시간 푹 고아낸 뜨거운 육수다. 냉면이 나오기 전, 차가운 면을 받을 준비를 시켜주는 셈이다. 컵에는 "함흥냉면 창업 1967"이 새겨져 있다. 이 컵 하나가 가게의 연식을 말해준다.

세라믹 컵 질감도 예스럽다. 요즘 카페에서 노포 감성으로 쓸 법한 디자인인데, 여기선 그냥 원래부터 있던 거다.
워밍업 만두

냉면보다 만두가 먼저 나왔다. 크고 도톰한 찐만두. 피가 두껍지 않고 적당히 얇아서 한 입에 들어간다. 간장 소스에 찍어먹으면 담백하게 잘 어울린다. 1차에서 고기를 꽤 먹었는데 만두를 시킨 건 그냥 반사적으로 한 것 같다.
함흥 회냉면

회냉면 등장. 스테인리스 큰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온다. 위에는 반숙 달걀 하나, 채 썬 오이, 빨갛게 덮인 고추장 소스. 함흥냉면 스타일이라 면이 가늘고 탄탄하다.
섞기 전 이 비주얼이 제일 예쁜 타이밍이다.

젓가락으로 들어올리면 가는 면발이 수북하게 따라온다. 소스가 면에 잘 코팅되어 있고, 매콤한 향이 먼저 올라온다. 함흥냉면 면 특유의 탄력 — 쫀득하면서도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그 식감이 살아 있다.
고기 먹고 왔는데 냉면이 또 들어갔다. 이 조합이 되는 이유가 있다. 찬 면과 매콤한 소스가 위를 환기시켜준다.
면은 100%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다. 그래서 다른 냉면집 면과 달리 탄력이 한 단계 더 강하다. 같이 나오는 뜨거운 사골 육수는 24시간 고아낸 것이라는데, 냉면을 다 먹고 나서 그 육수 한 모금이 정리가 된다.
벽을 채운 56년의 기록

가게 한쪽 벽 선반에 사인 사진들이 줄지어 있다. MBC 놀면뭐하니 촬영 사진이 크게 걸려 있고, 그 아래로 연예인 싸인이 줄지어 있다. 아래 칸엔 손님용 1967 컵들이 가득 정렬되어 있다.
오래된 가게는 이런 게 자연스럽게 쌓인다. 억지로 꾸민 게 아니라 그냥 오래 있다 보니 생긴 것들.
영등포의 밤

아까 부일숯불갈비 기다리면서 지나쳤던 영등포 전통시장 입구. 돌아오는 길에 다시 지나치면서 보니 분위기가 또 다르다.

시장 안쪽은 아직도 사람이 있었다. 군산집, 대박집 — 다음에 오면 여기도 한번 제대로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나오니 영등포 밤 거리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네온 간판들, 사람들.
좋았던 점 ✅
- 1967년 창업 노포의 분위기가 진짜다. 꾸민 게 아니라 쌓인 것들이 보인다.
- 냉면 면발 탄력이 좋다. 가늘지만 끊어지지 않고 소스와 잘 어우러진다.
- 만두가 생각보다 훌륭하다. 냉면 사이드로 딱 맞는 사이즈와 맛.
아쉬웠던 점 ⚠️
- 1차에서 많이 먹고 와서 냉면 한 그릇을 다 비우는 게 벅찼다. 이건 내 문제다.
- 정확한 영업시간·휴무일을 미리 확인하지 않아서 방문 전 긴장감이 있었다.
- 물냉면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못 먹은점..?
추천 대상
- 함흥 스타일 냉면이 궁금한 분
- 영등포 저녁 식사 코스로 2차 자리 찾는 분
- 노포 분위기 좋아하는 분
- 고기 먹고 개운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
마무리
★★★★☆ (4/5). 솔직히 2차라는 핸디캡이 있었다. 배가 반쯤 찬 상태에서 먹었으니까. 그럼에도 회냉면과 만두 조합은 인상적이었다. 배가 비어 있는 상태로 갔다면 별점이 달라졌을 것 같다. 다음엔 1차로 와보는 게 목표다.
by Ma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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