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 팩토리2 - 헛수고 전 Wild goose chase
헛수고 전
2020. 12. 15 Tue ~ 2021. 1. 10 Sun
작가 : 헤적프레스
읊조림 : 장기하
기획 김그린, 여혜진
전시 소개
팩토리2는 2020년 마지막 기획전으로 헤적프레스의 전시 《 헛수고 》를 2020년 12월 15일부터 2021년 1월 10일까지 개최한다. 헤적프레스는 그래픽 디자이너 박연주와 사진작가 정희승으로 구성된 출판팀으로 박연주는 텍스트의 구조와 배열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정희승은 사물과 인물, 신체, 공간의 물성을 포착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는 ‘헛수고'를 주제로 한다. 정희승은 수집한 새 머리 사진을 재촬영하여 펼치고, 박연주는 신문 기사에서 믿기 어려운 여러 사건과 상황을 발췌하여 타이포그래피 작업으로 선보인다. 헤적프레스의 작업에 뮤지션 장기하가 소리를 더하여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 소리가 반복 배열로 구성된다. 2020년을 한해를 닫고 2021년의 시작을 맞이하며 전시는 우리가 좇는 현실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반문한다.
factory483.org/exhibition/22875
내가 좋아하는 정희승 선생님의 전시
수많은 우화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빗댄 이야기로 시작한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여우와 두루미’의 얄팍한 꾀처럼, ‘토끼와 거북이’의 나태한 토끼처럼. 이 어리석음으로 시작한 이야기의 끝은 몹시 교훈적이다. 이를테면 ‘남에게 상처를 준 자는 언젠가 자신도 똑같이 상처를 입는다.’든지, ‘게으른 인간은 성실한 인간을 이겨낼 수 없다’든지 말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박연주와 사진작가 정희승이 결성한 헤적프레스의 전시 《 헛수고 》 에서도 어리석은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교훈은 은근슬쩍 삭제되어 있다. 오히려 거짓말할 때 드는 죄책감과 통쾌함의 동시적 감정이나 이기려 드는 피곤함 대신 나태하고 안전하게 살고만 싶은 속마음을 들키게 만드는 식이다.
정희승은 그간 수집해 온 새 머리 사진을 펼쳐 보인다. 아둔한 사람을 ‘새 대가리’에 빗대어 말하고 영어식 표현에서도 멍청한 사람을 ‘birdman’이라 할 정도로 새의 머리에 대한 인식은 견고히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이미지(작은 새의 머리 크기)가 가져오는 편견이고, 새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영리하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에서 이미 밝혀졌다.
박연주는 신문 기사에서 발췌한 여러 사건과 상황을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통해 선보인다. 권위 있는 체하는 기사를 인용해 작성한 이 문장들을 읽다 보면(혹은 보다 보면) 텅 빈 텍스트로 인해 그야말로 헛웃음을 짓게 한다. 이 헛웃음을 짓게 하는 문장들은 또박또박 쓰여져 검은 것은 글자이고 흰 것은 여백인 상태로 놓인다.
뮤지션 장기하는 여기에 ‘읊조림’을 더한다. 장기하는 전시된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반복하다가 멈추고 느리다가 빠르게 읽으며 그야말로 읊조리는데 이것은 말도 아니고 낭독도 아니고 음악도 아닌 어떤 소리인 채로 전시장에 쌓여 있다.
기괴하리만큼 아름다운 새의 이미지와 우스꽝스러운 현실의 사건을 알리는 텍스트, 그것들을 읊조리는 소리가 반복 배열되어 교차하며 나타날 때 전시는 우리가 좇는 현실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반문한다. 그리고 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정말 아둔한 것은 누구인지 묻게 된다. 인간은 그냥-원래-어리석은-채로 사는 것인가?
헤적프레스가 그동안 고수했던 특유의 유연한 협업의 구조, 웃기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더 웃기기도 한 기이한 유머 감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 헛수고 》 는 헛수고 헛사랑 헛짓 헛대답 헛껍데기 헛공 헛거미 헛약속 헛궁리 헛시간 헛몸짓 헛욕심 헛마음 헛믿음 헛짓 헛통증 헛발질 헛손질 헛발길 헛손길 헛고생 헛자물쇠 헛턱 헛욕 헛스트로크 헛발악 헛창질 헛깨비 헛군데 헛자랑 헛푸념 헛곳 헛길 헛일 헛방구 헛그물질 헛다방 헛벌이 헛소문 헛걸음 헛날 헛기침 헛소리 헛웃음 헛스윙 헛간 헛날 헛살 헛것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효자동 전시투어 두 번째
저 동그란 책장 탐난다.
by Ma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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